[책] 냉정한 이타주의자

냉정한 이타주의

 

윌리엄 맥어스킬 저  | 전미영  | 부키 | 2017년 02월 28일 인문일반

 

총평 ★ ★ ★ ☆ ☆

재미 ★    ☆

유익 ★ ★ 

추천 ★ ★  ☆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만 봐서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냉정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고상한 조언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내용은 의외의 것이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데이터를 통해 최대 다수의 행복을 지켜내는 방법론적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팩트풀니스>와 그 맥을 함께 하면서 좀 더 '기부'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설명한다. 

 보통의 삶을 살며 기부와는 다소 거리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지인의 추천이 아리송하지만 '효율'이라는 책의 주제를 고려했을 때 굳이 기부가 아니라고 삶의 면면히 적용할 포인트가 있겠구나 싶다. '숫자'로 기부의 효용을 파악하다보면 의외로 단순히 기부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고, 기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책이다. 숫자라는 데이터로 정성적인 것을 정량화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꽤나 공감이 된다.

 특히 QALY(quality adjusted life year 질 보정 생존년)와 같은 개념은 비단 기부의 정량적 효율 측정의 도구로만 쓰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QALY의 기본 개념은 특정 의료 개입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했을 때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증가하느냐를 수치화하는 개념이다. 완벽히 건강하게 사는 1년을 1 QALY이며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는 특정 의료 개입이 아니라 기부의 역할이 기준점으로 둔다. 예를 들어 동일한 300달러를 A단체(의료 지원)에 기부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또는 B단체(경제적 지원)에 기부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판단하는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다.

QALY 계산 예시
Q. 생존연한 40년을 기준으로 점진적 건강 하락을 보인 K씨와 중간 수준 건강을 유지하던 B씨의 삶의 질은
누가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A. QALY 수치를 근거로, K씨는 25 QALY, B씨는 20 QALY이기 때문에 K씨 삶의 질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책 영문제목인 <DOING GOOD BETTER>에서 좀 더 주제가 명확히 보인다. '좋은 것을 더 잘하자.' 개인적으로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모호한 제목으로 낚시질을 하는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면서 꽤 불편했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크면 클 수록 불편이 커지거나 만족이 커질텐데, 기대와 다른 내용을 읽어내려감에 있어서 불편함이 생기는 책이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제목과 내용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고 내용만 바라봤을 때는 인생의 적용점이 분명 있다.

 앞 서 설명한 QALY의 개념은 의료계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기부를 위한 기준점을 찾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변형 사례로도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현재, 회사의 평균 근속 연수를 계산하여 연차에 따른 복지 도입을 어떻게 구성하면 회사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수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인 회사라면 3년, 6년, 10년마다 동일한 포상금과 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지 차등을 두고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좋은지와 같이 정량적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 기업은 능력 좋은 노동자를 오랜 시간 함께 잡기 위해서 근속 연수에 따른 혜택은 점진적 상승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예시가 다소 맞지 않을 수는 있겠으나 삶이라는 정성적인 가치를 정량화함에 있어서 생각의 방향을 예시로 들어봤다.

 퍼블리(마케팅 아티클 플랫폼)라는 유료 플랫폼에 조직 관리 아티클을 게재했다. 정성적인 팀원들의 능력을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아티클이다. P.S.I 프로세스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설명한 글인데 해당 아티클 내용도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결을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인도 정량화를 사랑(?)하는 내 업무 스타일을 알고 이 책을 추천한걸지 모른다. (아티클 링크 참조 : 단 유료 플랫폼이기 때문에 구독 필수)

 

'팀원 평가 어떻게 하는 건데...' 능력 수치화 통한 인사평가법

팀장이 되고서야 알게 되는 인사평가의 무게 / 인사평가의 기준 세우기 (with. 페르미 추정법)

publy.co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기부'라는 카테고리의 한정이 있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효율'의 재정의와 '정량화'에 대한 개념 구체화는 의미가 있었던 책이고 만약 기부를 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더보기

# 18p 트레버 필드의 사례가 보여주듯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돕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지, 선의(善義)가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부작용 없이 최대한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다.

# 25p 크레머와 글레너스터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남을 돕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자신들이 안다고 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실행 방안을 미리 시험해 봤다. 기존의 확신을 버렸고 증거가 말하는 대로 행동에 옮겼다.

# 38p 상대적으로 부유하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도 자신이 아닌 빈곤층을 위해 쓸 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선행을 할 수 있다.

# 39p 자기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주관적 안녕감 Subjective WEll-Being(행복학의 선구자인 에드 디너 Ed Diener가 제안한 개념으로, 주관적 안녕감이 높은 상태가 행복한 상태다 - 편집자 주)'을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다.

# 47p 선택의 득과 실 ; 첫 번째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 52p 누구를 도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결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결정이다.

# 58p QALY를 각 사업에 적용해 비교하면 어떤 사업이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지 알 수 있다. 자원이 제한돼 있고 나머지 조건이 동일하다면 한정된 자원을 가장 QALY가 높은 프로그램에 투입해야 한다.

# 65p 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을까?

# 71p 물론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므로 서구가 원조를 제공한 기간에 수혜국 사람들의 삶이 개선됐다고 해서 원조 덕분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 78p 남을 도우려 할 때 돈을 '잘' 쓰는 것과 '가장 잘' 쓰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을 시행하는 게 돈을 잘 쓰는 일일까?'라고 묻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이 사업을 시행하는 게 돈을 가장 잘 쓰는 일일까?'를 물어야 한다.

# 84p 질병, 가난, 독재 등 일상적인 긴급 상황에는 감정이 무뎌져 있기 때문이다. 재해는 새롭고 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한층 강력하고 즉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더 중요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라고 우리의 무의식을 오도하는 것이다.

# 87p 물과 다이아몬드 중 무엇이 더 귀할까? 둘 다 옳다.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뿐이다.

# 87p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점에서 생각하기 thinking at the margin' 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 88p 대다수의 좋은 물건은 양이 증가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케이크도 한 조각 먹을 때는 맛있지만 세 조각째라면 입에 물린다. 이 책도 당신에게 한 권만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지 몰라도 한 권 더 생기면 냄비받침으로나 쓸 것이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수확체감의 법칙 law of diminishing returns'이라고 부른다.

# 112p 내 자리를 대신 메웠을 사람보다 그 일을 얼마나 더 잘하고 있는지를 따져 봤어야 했다. 나는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일 처리가 더뎠고 미숙했다. 내 자리를 대신 메웠을 사람에게 부양가족이라도 있었다면 나보다 더 돈이 아쉬웠을 터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볼 때 내가 보탬이 된 건지 알기 어렵다.

# 124p 재난 발생 가능성이 아무리 낮더라도  실질적인 안전관리 대책은 분명히 강구했어야 했다.

# 124p 성공이 보장돼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한 일보다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보상이 막대한 일을 우선시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 142p 기대가치 개념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치 변혁, 재난 방지 등 '정량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에서도 증거를 바탕으로 해당 사업들의 영향을 엄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성공 가능성과 성공했을 때의 영향을 따져보면 된다.

# 153p 재무건전성을 기준으로 자선단체를 비교해야 한다는 발상이 큰 반향을 일으켜 채러티네이게이터는 큰 성공을 거뒀다. 2012년 이 단체의 웹사이트 누적 방문자 수는 620만 명에 달했고, 약 100억 달러의 기부금 향방에 영향을 끼쳤다. 자선단체의 효율성을 가늠하는 표준이 된 채러티네비케이터의 기준은 직관적으로 봐도 꽤 설득력이 있다. 

# 161p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사업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과를 거둔 사업과 그러지 못한 사업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 167p 우리가 기부를 할 떄 으레 당면하는 난제다.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증거가 확실한 사업과 증거는 약하지만 더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업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 182p 노동착취 공장, 공정무역, 저탄소 친환경생활, 채식주의의 실효성을 하나씩 짚어 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리적 소비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 201p 도덕적 허가 효과는 결심을 비틀 수 있다. 다른 사람이 효율적인 선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향후 남을 돕는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타적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면 의미가 없다. 

# 206p 다음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떤 요소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일 일이 적성에 맞는가?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 일이 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

# 210p 직무만족도를 가장 일관성 있게 보여 주는 지표는 일 자체의 매력이며, 이는 아래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심리학에서는 이를 직무특성이론 job characteristics theory)이라고 한다.)

1.자율성 : 업무에 대한 주도권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2.완결성 : 맡은 업무가 전체 업무의 완결성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3.다양성 : 다양한 역량과 재능이 필요한 폭넓은 활동이 요구되는가?

4.평가 :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가?

5.기여도 :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256p 이민 분야의 유망한 단체는? 이미그레이션워크스 ImmigrationWorks / 세계개발센터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 265p 효율적 이타주의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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