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른의 어휘력
- 책/인문학
- 2024. 11. 20.
유선경 저자 | 앤의서재 | 2023년 05월 01일 | 인문학
총평 ★ ★ ★ ★ ☆
재미 ★ ★ ★ ☆ ☆
유익 ★ ★ ★ ★ ☆
추천 ★ ★ ★ ★ ☆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문장과 자신의 글에 대하여 돌아볼 수 있는 책. 나름대로 브런치 작가와 오랜 블로거 생활 그리고 학창시절 문학회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왔었다. 물론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적은 없지만, 못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유선경 작가님의 어휘력만큼을 어른들이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의 삶을 살며, 정약용 선생님의 삼다(三多)를 진즉에 실천하고 있는 분과 견주게 되면 나만 초라해질 뿐이다. 그의 풍부함을 따라가기 어렵다면 방향이라도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지금의 어휘보다는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 책이다.
<어른의 어휘력>은 인문 교양서다. 개인적으로 '필독서'로 칭하고 싶다.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어휘를 공부하고자함이 아니라, 풍부한 어휘력과 글에 대한 지식이 사람의 품격을 어떻게 높여주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같은 농담이라도 어휘에 따라 사람의 격이 달라진다. 뽐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아우라는 말과 글에서 시작함을 새삼 느낀다. 특히~ 나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단어'를 자주 잊는다. '그~~뭐 있잖아'가 아니라, 적확한 단어를 가져다가 써야하지만 딱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어휘력 부족이다. 그나마 글에는 '시간'을 들일 수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단어는 찾아볼 수 있고, 새로운 표현을 끄집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대화 속 어휘력은 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른의 어휘력이 없다면 논리정연한 말도, 일상 생활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공감(共感) 능력도 지능이라는 심리학자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공감을 위해서는 말과 글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의 감정을 한가지로 느끼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공감을 위해서는 어휘 능력이 필요하고, 어휘 능력은 곧 지능과 연관있는 것이다. '달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렇다. 짧은 순간에 쏟아내는 말들이 정갈하고 일목요연하다. 추구해야 하는 목표에 대하여 명확히 알고 작성된 하나의 제안서 같다. 달변가들을 보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화될 수 밖에 없다.
나의 세상은 언어의 한계만큼 작거나 크다
잔인한 문장 같기만, 우리에게는 희망이기도 하다. 내 어휘력이 조막만하기 때문에 나의 지능과 공감력, 그리고 나의 세상도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어휘력은 후천적 계발이 가능한 영역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의 세상을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가 (심지어!)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다. 나의 세상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특별한 기준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는 크고, 누구보다는 작을테다. 그리고 <어른의 어휘력>을 읽고 나서 내 세상은 조막만해졌다. 내 기준점이 유선경 작가님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세상을 감히 넘볼 수 있는 나는 없다. 일주일에 책을 5권 읽는 작가님과 일년에 간신히 15권의 문턱을 넘어서는 나와 비교가 될 것이 아니다. 풍부한 어휘력의 차이를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방향은 같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질문맹'이라는 척도가 있다. 글을 전혀 모르는 문맹과 달리, 글을 쓸 줄 알지만 낮은 독해력으로 이해,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성인 22%가 실질문맹이라고 한다.(2017년 기준) 이는 다독, 다작, 다상의 삼다 정신을 잊고 사는 현대인의 '바쁨'에 기인한다. 2019년 UN 조사에서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들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7.5권으로 조사됐다.(종이책과 전자책을 모두 합한 수치) 연간 15권의 책을 읽는 내가 정확히 평균의 2배를 읽는 다독가라니! 참 기분이 야릇하다.
<어른의 어휘력>은 다른 서평처럼 책 내용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는다. 앞 서 필독서라고 언급했듯이 꼭 한번 직접 읽어내려갔으면 좋겠다. 나는 yes24 북클럽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어른의 어휘력>은 옆에 두고 텐션이 떨어질 때마다 동기부여하기 좋은 책이라서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다짐으로 수년 후에는, 누구 못지 않은 어휘력으로 어른이 되어야겠다.
7P 자신의 그릇이 작아 상대의 말을 제대로 주워 담지 못한 채 흘려버리거나 심지어 제멋대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0P 정확한 어휘를 구사해야 하는 이유는 해석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11P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12P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다.
16P 색깔을 묻는데 하늘도, 강도, 바다도, 나뭇잎도, 풀도, 산도 푸르다 하면 틀린 말은 아니나 옳은 말도 아니며 파랑인지 초록인지는 순전히 듣는 사람이 알아서 알아들어야 한다.
19P 두꺼운 양장본의 중간 윗부분에는 통상 가는 끈이 박혀 갈피에 드리워 있는데 읽던 부분을 표시하는 용도로 쓴다. 이 끈의 명칭은 '보람줄'이다. 보람은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가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일의 가치'를 나타낼 때 주로 쓰지만 '약간 드러나 보이는 표적',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해서 표를 해둠, 또는 그런 표적'도 가리키며 동사로 '보람하다'는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어버리지 않으려 표를 해둔다는 뜻이다.
27P 사람은 자기 세계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27P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숩니다. 소나무한테 가서 대나무에 대해서 묻고 대나무한테 가서 소나무에 대해서 묻고 이래서야 제대로 된 답을 들을 리 없습니다.
30P 말은 인격이다.
30P 말의 힘은 말하는 살마의 인격으로 획득된다. 인격은 연출이 불가능하다.
31P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 조지 오웰이 한 말이다.
31P 사람에 대한 존중은 내가 옳다고 느끼면 옳은 것이라는 식으로 서로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다.
47P 이제 일상에서 풍부하고 다양하게 우리말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숭덩 사라진 거 같아 서운하다.
49P 나의 말의 의(意 ; 뜻)는 알았을지 몰라도 미(味 ; 맛, 기분, 취향, 느낌, 기분)는 알아차리지 못했다.어휘력은 말뜻뿐 아니라 말맛도 파악하는 능력이다.
50P 텍스트(Text)가 문법에 맞다 해도 콘텍스트(Context)에 결함이 있을 때다.
50P 텍스트;라틴어 'Textum(엮다)'에서 유래. 구어 혹은 문어 등 언어로 이루어진 복합체 콘텍스트;일반적으로 맥락 또는 문맥을 뜻한다. 텍스트와 관련해 사회와 문화, 상황, 환경 등을 가리킨다.요즘처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콘텍스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콘텐츠가 왕이라면 콘텍스트는 신이다."
57P 자료를 찾는 이유는 당신들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싶어서다.그럴 만한 타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싶어서다.찾은 자료는 정작 10분의 1도 우너고에 활용하지 않는다.그래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 모니터 앞에 앉으면 문장을 밀고 나가는 힘이 떨어지면서 스스스로 부끄러워진다.그 감지기가 내게는 속도다.
58P 마음속 생각이 충분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
64P 누군가의 말에 반감을 넘어 증오심까지 생기는 이유는 질적으로 편향돼 있고 양적으로 적은 표본을 취해 자료나 근거랍시고 들이대며앞뒤 안 맞는 논리와 저질의 어휘력으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기 때문이다.
68P 당신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써봐야 안다.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탁월한 효과 중 하나는 생각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68P 어휘를 선택할 때 뜻과 함께 느낌도 고려해야 한다.
70P 보편적 공감대 위에 언어적 직관으로 썼기 때문이다.
71P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중략)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75P 저자도, 독자도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글자가 아닌 글을 읽는 것, 상징을 이해하는 것이다.
78P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80P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87P 단순히 점 하나를 찍어서 뜻이 달라지는게 아니라 하늘(우주)을 그렸기에 그토록 달라질 수 있는 거다.
91P 지금 우습게 여기는 모든 것을 더 이상 우습게 여길 수 없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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