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스 아메드 저자 | 이주만 역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09월 29일 | 자기계발
총평 ★ ★ ★ ★ ☆
재미 ★ ★ ★ ★ ☆
유익 ★ ★ ★ ☆ ☆
추천 ★ ★ ★ ★ ☆
지금의 교육과정은 모르겠지만, 7차 교육 과정의 시작이었던 내가 가장 즐기던 과목은 '사회문화'였다. 당시에는 시키니까 하는 공부였지만 지금에 돌이켜보면 나름 어른들은 무엇을 알려주어야 할지 부던히 노력했었구나 생각이 든다. 어쨋든 그 좋아하는 사회문화 과목은 사회와 문화의 형성과 성장 등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마치 유기체와 같이 돌아가는 사회와 문화를 경이롭게 배웠던 것 같다. 그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이 '간학문(間學問)'이다. 간학문은 양쪽 학문 분야를 연결하거나 아우르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다학문(多學問), 탈학문(脫學問)이라고도 부르는데 학창 시절에는 그 단어가 꽤나 멋졌고, 내 삶의 모토가 되었다.
간학문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간학문적인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얇고 다양하게 경험을 해가면서 살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삶을 좀 더 전문적으로 정리한 책이 바로 폴리매스다. 폴리매스(polymath)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과 능력을 보이고 종합적인 사고와 벙법론을 지닌 '박식가'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낸 사람, 흔히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같이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이고 철학자이면서 공학자였으며 심지어 예술가였던 그와 같은 사람이다. 책의 말미에서 생각이 든 것은 일단 나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었지만, 책에서도 나오듯 늦음은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덤벼볼까라는 간학문파 의지가 불타올랐다.
책은 굉장히 지루하다. 세계의 폴리매스에 대한 설명을 총망라해둔 것 같다. 정작 실존 폴리매스 면면히 설명을 다 적출하면 남는 알맹이는 거의 없다. 468쪽의 책의 분량에서 대부분은 폴리매스 소개에 치중했다. 물론 덕분에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폴리매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했지만, 정작 폴리매스가 되기 위한 방법론적 이야기를 듣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는 책이다. 때문에 이미 간학문적 소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책을 읽기 보다는 그 시간에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은 교사, 학생, 교육부 직원 등 지금 교육 체계를 만들고 교육을 하거나 받는 사람들이다. 공부를 하는 큰 틀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폴리매스 저자인 와카스 아메드가 가장 아쉬워 하는 부분은 책 전반에 걸쳐 나온다. 바로 현대 사회에서 전문화 교육이 폴리매스 육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바로, 모든 학문은 연결되어 있다는 간학문적 학습관이었다. 물리법칙이나 자연현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들 역시 또 다른 기반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인물화를 그린다고 배운다고 가정하자. 그럼 배워야 할 것은 그림뿐 아니라 신체에 대한 내용 역시 포함된다. 근육의 모양은 어떠한지, 뼈의 구조도 알아야 하며 빛에 따라 음영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 역시 있어야 사실감있는 그림이 완성된다. 그림 하나에 다양한 과학적 요소가 포함되는 것이다. 때문에 책에서 소개되는 폴리매스를 살펴보면 과학적 지식이 예술과 연결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내 경우, 마케팅 전공으로 오랜 기간 업무를 해왔다. 때문에 간학문적 지식을 좀 더 많이 필요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마케팅 컨설팅을 위해서는 컨설팅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의 업종과 업무, 그리고 브랜드와 제품 등 컨설팅 대상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은행 광고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는 단순히 업계의 광고 마케팅 사례만 알아서는 안되고, 은행 시장의 트렌드와 현재 상황 그리고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들과 소비자들의 금융 관심사 등 깊지는 않지만 넓은 범위의 '분위기'를 알아야만 컨설팅이 가능하다. 그렇게 다양한 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간학문적 삶을 살게 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간학문적인 삶이 '폴리매스'로 성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얇은 지식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인생의 효용을 주지는 않는다. 책에서 언급된 폴리매스들처럼, 넓고 깊은 수준의 지식을 함양해야 한다. 그 기반에는 모든 학문이, 지식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전문화에 따른 사회적 지식 분류 체계를 스스로 마음에서 버려야 한다.
나는 학과로 따지마면 인문사회의 꽃(?)인 경영 마케팅 그리고 더욱 세분화된 광고 마케팅이 주 업무다. 초세분화를 하자면 미디어 바잉 및 운영이 내 직무가 된다. 다만, 근 3~4년간 초세분화된 직무를 넓혀가고자 팀을 이끌고 있고 지금은 좀 더 넓은 범위의 마케팅 컨설팅을 준비하고 있다. 업무를 하다보니 간지러운 곳들이 발생했다. 이공계의 꽃(?)인 개발 업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급격하게 세상이 디지털화가 되었다. 마케팅업계에서도 자연스럽게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가져다가 매출 창출의 KPI를 가지고 매출 트래킹을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고객이 유입되는 순간부터 매출을 내고 이탈하는 순간까지 면밀히 '트래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들은 그 '숫자'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숫자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트래킹 솔루션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트래킹 솔루션을 오롯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발' 지식이 필요하다. 세상은 마케팅과 개발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었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ADsP 자격증 책과 파이썬 개발 책을 샀다. 산지는 1년이 넘었다. 폴리매스로 가는 길은 일단 의지에서 시작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모금해본다. 만약 두 권의 책을 완독하고 자격증까지 땄다면 문과와 이과를 가로지르는 폴리매스로서의 한걸음을 뗄 수 있었을텐데, 그대로 꽃혀있는 두 권의 책이 야속하다. 생각보다 폴리매스의 개념은 별 것이 아니다. 때문에 책에서도 폴리매스의 개념보다는 실제 폴리매스 소개에 열중했는지 모른다. 그냥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말고, 내가 필요하고 궁금한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 진취적인 삶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폴리매스로 성장하지 않을까. 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다방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군가 교사나 학생,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 직원이 이 책이나 이 글을 본다면 전인 교육과 더불어 간학문적 교육관에 대해서도 한번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경험으로 사고가 한 번 확장하면 결코 그전의 차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올리버 웬들 홈스(Oliver Wendell Holmes 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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